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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시대의 자화상, 동시대 정물화를 보다

박영택(미술평론, 경기대 교수)

2009

 

서유라는 책장, 책이 마구잡이로 뒤죽박죽 쌓여있거나 상하좌우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그렸다. 마치 읽다가 던져둔 듯한 책들은 펼쳐지거나 접혀진 상태로 드러나 있고 책 등에는 제목이 적혀있다. 유사한 내용의 책들이 제목에 따라 같은 공간에 모여있다. 분류와 체계, 질서가 작동하지만 정작 그 책들은 혼돈 속에 버려져있다. 책이란 지식, 역사와 경험, 기억의 총체들이다. 무수한 사상과 사유들이 혼재한 체 방치된 형국이기도 하고 저 마다 다른 생각과 의견의 갈등과 충돌을 떠올려주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의 책을 장정이나 제목을 재가공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붓질을 배제한 체 반짝거리는 화면은 이 재가공한 화면이 순간 사실이라고 믿게 만든다. 파편화된 이미지이며 별개의 책에 존재하는 그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조합되고 정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보는 이들을 은밀히 책의 내용을 상상하게 하거나 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그 모든 생각과 기억의 덧없음도 은연중 중얼거린다.